잔치커피    김수열

섬사람들은 장례식장에서도
 잔치 커피를 마신다
 달짝지근한 믹스커피를
 섬사람들은 잔치 커피라고 하는데
 장례식장에 조문 가서 식사를 마치면
 부름씨*하는 사람이 와서 묻는다
 녹차? 잔치 커피?

 잔치 커피, 하고 주문을 하는 순간
 장례식장의 '장' 자는 휙 날아가고
 예식장 식당으로 탈바꿈한다
 명복을 비는 마음이야 어디 가겠느냐만
 왁지지껄 흥성스러운 잔치판이 된다
 보내는 상주도 떠나는 망자도 조금은 덜 슬퍼진다

 섬에서는
 죽음도 축제가 되고
 섬에서 죽으면
 죽어서 떠나는 날이 그야말로 잔칫날이다
 망자를 데리러 온 저승사자도
 달콤한 잔치 커피에 은근슬쩍 중독이 된다



이 시에는 마침표가 없다.
그래서 장례식장과 예식장의 경계가 없다.
달달한 잔치 커피
사는 게 뭐 있나, 그저 남 한테 피해 안 주는 은근슬쩍한 중독을 즐기는 거지.
사랑하기, 좋은 일 하기, 그러나 시간 가는 것은 알기...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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